봄이 이야기(발달치료, 엄마표활동)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3_장애통합어린이집, 봄이에게 맞는 곳을 찾다

라이88 2026. 4. 19. 20:12

안녕하세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 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라이입니다.

 

지난 2편에서는 처음으로 치료실 문을 두드리던 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오늘은 그 이후, 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장애통합어린이집을 찾아가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어린이집 퇴소 이후, 어디로 가야 할까

 

네 살에 일반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어요.

"봄이는 대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집에서 치료만 받으면서 지내기엔 봄이에게 또래와 어울리는 경험이 필요했어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일수록 오히려 또래 집단 안에서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치료 선생님들께 계속 들어왔기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다시 일반 어린이집을 보내자니, 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할 봄이를 생각하면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장애통합어린이집이라는 곳을 알게 됐습니다.

 

장애통합어린이집이 뭐지?

 

처음엔 이름도 낯설었어요.
검색해보니, 장애통합어린이집은 장애 아동과 일반 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어린이집이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만 따로 모아두는 곳이 아니라, 일반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되 장애 아동을 위한 추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방식이었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들만 있는 곳은 장애"전담" 어린이집입니다)


일반 어린이집보다 선생님 수가 많고, 봄이 같은 아이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데 익숙한 선생님들이 계신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기라면 봄이가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 하나로 입소 신청을 했습니다.

대기가 아주아주 많아 1년 정도를 기다렸지만, 마침내 입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걱정이 앞섰어요

입소 첫날, 솔직히 또 걱정이 많았습니다.
일반 어린이집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퇴소당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했거든요.


'이번에도 힘들어하면 어떡하지. 또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밤새도록 걱정으로 잠을 설치고,
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 앞에 서면서, 마음속으로 계속 기도했어요.


"봄아, 이번엔 여기가 네 자리이길 바라."


다행히 선생님들은 달랐습니다.
봄이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걸 이미 알고 계셨고, 억지로 참여를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 주셨어요.
그게 가장 컸어요.

 

 

일반 어린이집과 달랐던 것들

장애통합어린이집을 보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봄이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 는 거였습니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한 분이 열네 명을 돌봐야 했지만, 여기서는 장애 아동을 위한 전담 선생님이 따로 계셨고, 전담 선생님이 3명의 장애 아동을 돌봐주셨습니다.

봄이가 갑자기 불안해하거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도, 선생님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해 주셨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또래와의 관계를 배우는 방식이었어요.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봄이가 친구와 부딪히는 상황이 생기면 선생님이 미처 개입하기 전에 이미 상황이 커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장애통합어린이집에서는 달랐어요.

봄이와 친구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순간, 선생님이 바로 옆에서 중재해 주셨어요.

 

"봄이야, 친구가 이렇게 말할 때는 이렇게 하는 거야." "친구야, 봄이는 지금 이런 마음이래."

 

그 순간순간의 개입이 쌓이면서, 봄이가 또래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조금씩 배워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처음엔 체험 활동이나 참여 수업에 잘 따라가지 못했어요.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참여하는 동안 봄이는 옆에서 멍하니 보고만 있는 날도 많았어요.

그때마다 선생님이 봄이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봄이도 같이 해볼까?" 하고 조용히 이끌어 주셨어요.

억지로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봄이도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갔어요.

그리고 치료와 어린이집 생활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갔습니다,

치료실에서 배운 것들을 어린이집 일상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함께 맞춰주셨거든요.

 

 

봄이가 조금씩 달라졌어요

빠른 변화는 아니었어요.

처음 몇 달은 여전히 혼자 노는 시간이 더 많았고, 선생님이 불러도 반응이 없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게 보였어요.

선생님을 알아보고 반응하기 시작했고, 친구들 옆에 앉아 함께 놀지는 못해도 곁에 있으려고 하는 모습이 생겼습니다.

말도, 사회성도, 감정 조절도 한꺼번에 달라지진 않았어요.

하지만 하나씩, 아주 천천히 성장하고 있었어요.

그걸 곁에서 지켜보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기뻤는지 모릅니다.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그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봄이도 나도 정말 많이 자랐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부모님 중에, 지금 아이를 어디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 분이 계실 것 같아요.


일반 어린이집에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장애통합어린이집을 한번 알아보시길 추천드려요.
치료실에서 배운 것들은 치료실 안에서만 머물면 한계가 있어요.
언어치료에서 배운 말, 감각통합치료에서 익힌 조절 능력, ABA에서 연습한 행동들이 실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여야 진짜 아이의 것이 되거든요.
장애통합어린이집은 바로 그 연결 고리가 되어줬어요.


치료를 통해 배웠던 것들을 또래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일상 속에서 직접 써볼 수 있는 공간이었거든요.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차례를 기다리고, 감정을 표현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것들을 치료실이 아닌 실제 삶에서 연습할 수 있었어요.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찾는 것, 그게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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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봄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자폐 진단을 받던 날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이의 발달에 대해 걱정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기관이나 전문가 상담을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