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 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라이입니다.
오늘은 쉽게 꺼내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봄이가 여섯 살이 되던 해,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자폐 진단을 받던 날 이야기입니다.

진단을 받기까지
사실 진단이 완전히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세 살 때부터 발달지연이 있다는 걸 알고 치료를 시작했고,
장애통합어린이집을 다니면서도 봄이가 또래와 다르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었습니다.
치료 선생님들도 조심스럽게 말씀하셨고, 저도 마음 한켠에는 알고 있었어요.
"내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일 수 있다."
하지만 아는 것과 듣는 것은 달랐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치료를 하고 있고, 나아지고 있으니 어쩌면 아닐 지도 모른다고 애써 생각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예약
봄이는 3~5세까지 보험으로 실비치료를 받았습니다.이제 6세가 되면서부터 보험회사에서 보험 실사를 나오면서 더이상 실비치료를 받기 어려운 시점이 되었습니다.보험으로 받는 실비치료는 장애진단 전까지 가능합니다.
봄이의 상태가 만일 치료로 나아지지 않고 장애라도 판단될 정도라면미래를 생각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6세에 진단을 받기로 결심하고 나서,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 예약을 잡았습니다.
대기가 길었어요. 몇 달을 기다렸습니다.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여러 생각이 오갔습니다.
'혹시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진단을 받아야 뭔가 달라지는 걸까.'
'진단을 받으면 봄이가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
그러면서도 정확히 알아야 봄이를 더 잘 도와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진단받던 날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봄이아빠와 함께 병원에 갔습니다.
검사는 생각보다 길었어요. 봄이는 선생님과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고, 저와 봄이아빠는 밖에서 기다렸습니다.
2편에서 치료실 복도에 앉아 기다리던 날처럼, 또 기다렸습니다.
그때와 다른 건, 이번엔 울지 않았습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검사가 끝나고, 선생님과 결과 상담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천천히 말씀하셨습니다.
"봄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그 순간, 예상했던 말이었는데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선생님이 이후에 하신 말씀들이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고개를 끄덕이고, 메모를 하고, 질문을 드렸지만 그게 내가 한 건지도 모르겠을 만큼 멍했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봄이아빠 손을 꼭 잡았습니다.
병원을 나서며
상담이 끝나고 봄이 손을 잡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씩씩하게 걸었어요.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그제야 눈물이 났습니다.
봄이아빠도 눈이 벌겋게 되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 봄이, 어떡하지."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밥도 잘 먹히지 않았어요.
봄이는 옆에서 평소처럼 혼자 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또 눈물이 났습니다.
"이 아이는 자기가 어떤 진단을 받았는지도 모르는구나. 그냥 오늘도 봄이인데."
그 생각이 드니까 이상하게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했어요.
진단명이 붙었다고 봄이가 달라진 건 아니니까요.
진단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진단을 받았다는 건 이제 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더 명확하게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장애등록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복지 지원을 연결받을 수 있고, 봄이를 더 잘 이해하는 전문가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게 진단의 의미라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물론 쉽지 않았어요.
진단을 받은 후에도 한동안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봄이는 진단받기 전에도, 진단받은 후에도 똑같이 사랑스러운 제 아이였습니다.
그 사실 하나가 저를 다시 일어서게 해줬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부모님 중에, 진단을 앞두고 두려우신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혹은 이미 진단을 받고 지금 무너져 계신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실컷 우셔도 됩니다.
그리고 울고 나서, 다시 아이 곁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아이는 변하지 않았어요. 진단 전에도, 진단 후에도 여전히 우리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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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자폐 진단 후 장애등록을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이의 발달에 대해 걱정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기관이나 전문가 상담을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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