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 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라이입니다.
지난 4편에서는 대학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자폐 진단을 받던 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오늘은 그 이후, 장애등록을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장애등록"이라는 단어 앞에서
자폐 진단을 받고 나서,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장애등록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장애"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컸습니다.
장애등록을 한다는 게 봄이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고, 영구적인 낙인을 찍는 것 같았어요.
"이 아이는 앞으로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건가."
그 생각이 너무 힘들어서, 한동안 장애등록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꺼내기조차 싫었습니다.
봄이아빠도 처음엔 반대했어요.
"조금 더 기다려보자. 좋아질 수도 있잖아."
결심하게 된 계기_ 선배맘의 이야기
그러던 중, 경계선 발달지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는 차라리 장애등록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처음엔 의아했어요. 왜 장애등록을 원할까 싶었거든요.
들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발달이 느린 건 분명한데, 장애등록을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 보니 법적인 지원이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장애등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받기가 정말 어렵고 부모가 모든 걸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봄이의 발달이 느리다면, 그 현실을 외면하는 것보다 장애등록을 통해 법과 행정의 울타리 안에서 제대로 된 보호와 지원을 받는 게 봄이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봄이아빠를 설득하기까지
마음을 정하고 나서, 봄이아빠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봄이아빠는 여전히 망설였어요.
저는 제가 알게 된 것들을 하나씩 설명했습니다.
선배맘의 이야기, 장애등록을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지원들, 봄이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쉽지 않은 대화였어요.
하지만 결국 봄이아빠도 동의해주었고, 함께 장애등록을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장애등록 후 알게 된 것들
장애등록을 하고 나서,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됐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이 놓였던 건 두 가지였어요.
첫째, 장애등록은 영구적인 게 아닙니다.
어릴 때 장애등록을 하면 12세 또는 18세에 재판정을 받게 됩니다. 재판정 결과에 따라 등록이 유지될 수도 있고, 취소될 수도 있어요.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평생 장애인"이 아닌 거였습니다.
둘째, 장애등록 정보는 개인정보입니다.
장애등록 여부는 내가 먼저 공개하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아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걱정했던 "낙인"이 생각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장애등록 후 달라진 것들
봄이는 자폐성 장애로 심한 장애 등급을 받았습니다.
장애등록을 하고 나서 장애인 활동지원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고, 각종 장애 관련 혜택들이 하나씩 연결되기 시작했어요.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는 원래 만 9세까지만 지원되는데, 장애등록을 하면 만 18세까지 지원 기간이 연장됩니다. 치료를 오래 받아야 하는 아이에게는 정말 큰 차이예요. 그리고 복지관 치료비 할인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솔직히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요.
지금 돌아보면, 장애등록을 결심한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부모님 중에, 지금 장애등록을 앞두고 망설이고 계신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장애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두렵다", "낙인이 될까봐 무섭다",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말씀드릴게요.
장애등록은 우리 아이를 가두는 게 아닙니다.
영구적이지도 않고, 공개되지도 않아요.
우리 아이가 법과 행정의 울타리 안에서 제대로 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문을 여는 일입니다.
그 문을 여는 시기는 각자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너무 오래 망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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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장애등록 관련 정확한 내용은 주민센터나 복지관에 직접 문의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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