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 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라이입니다.
오늘은 정보 글이 아닌, 봄이와 제가 걸어온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내보려고 합니다.

블로그에 발달검사, 장애등록, 바우처 신청 방법을 차곡차곡 정리해왔지만, 사실 그 모든 정보를 알게 된 데는 시작점이 있었어요.
그 시작은, 어린이집 선생님의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어머니, 봄이가 집단관찰에서 심화검사 권고를 받았어요.
봄이가 세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실시한 아동발달 집단관찰에서 봄이가 또래와 다른 부분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심화검사를 권고한다는 말이었어요.
처음에는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집에서는 이렇게 잘 노는데."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떠올랐어요.
눈 맞춤이 조금 적었던 것, 말이 또래보다 느린 것, 혼자만의 방식으로 놀기를 좋아했던 것.
"아직 어려서 그렇다", "기다리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걱정이었다는 걸,
그 전화를 받고서야 제대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베일리 검사, 그리고 치료의 시작
권고를 받은 후 대학병원에서 베일리 발달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든 날, 숫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전문가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시는데, 목이 메어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검사지에 적혀있는 그 말 때문에요..
"검사결과 아동은 대부분의 척도에서 평균 하 또는 경계선 수준의 발달을 보였음.
아동에게 발달지연 치료를 권고함"
그렇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치료 스케줄을 짜고 치료실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어요. 치료만 열심히 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봄이가 어린이집을 떠나던 날
봄이가 네 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선생님 한 명이 열네 명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어린이집 환경에서, 봄이는 점점 힘들어하기 시작했어요.
집단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웠고, 선생님도 봄이에게만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어린이집으로부터 퇴소를 권유받았습니다.
그날 봄이 손을 잡고 어린이집을 나오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워킹맘이라 너무 신경을 못써서 그런걸까? 봄이랑 있는 시간이 적어서 그런가? 전부 내 탓인가.."
자책과 미안함이 뒤섞여서 숨이 막혔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시작 — 장애통합반 어린이집
그 이후로 봄이에게 맞는 환경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섯 살부터 장애통합반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지만,
봄이를 이해해주는 선생님, 작은 규모의 반, 개별적인 지원이 가능한 환경이 봄이에게는 훨씬 잘 맞았습니다.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그 어린이집에서 많이 자랐어요.
그리고 저도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발달지연, 발달장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면 알수록 아이가 왜 이런지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에게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더 맞춰서 지원을 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퇴소 권유를 받던 그날이 오히려 봄이에게 더 맞는 환경을 찾아주는 시작이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게 보이지 않았어요.
저도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서 심리상담과 정신과약도 복용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었습니다.
흔한 경우가 아니니 어디에도 털어놓기도 어렵고,
평생 이렇게 장애아이를 키우면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막막함과 두려움이 정말 컸습니다.
점차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도 나도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같이 부대끼고 자라는 시간을 보내오면서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이 글을 쓰는 건, 지금 비슷한 상황에서 혼자 울고 계실 부모님들 때문이에요.
어린이집 집단관찰에서 심화검사 권고를 받으셨나요?
발달검사 결과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나요?
아이가 어린이집 적응을 못 한다는 연락을 받으셨나요?
그 감정, 저도 알아요.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서 울고 계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눈물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그만큼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힘들지만,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해주기 위한 사랑이 더 크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다들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각자 속도가 다른 아이를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이의 발달에 대해 걱정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 기관이나 전문가 상담을 통해 정확한 평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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