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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이야기(발달치료, 엄마표활동)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7_처음으로 눈을 맞춰주던 날

by 라이88 2026. 5. 17.

안녕하세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이 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라이입니다.


오늘은 봄이가 처음으로 제 눈을 맞춰주던 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쁜 이야기인데, 왜인지 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눈 맞춤이 없었던 아이

봄이는 어릴 때 눈 맞춤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름을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안아줘도 시선이 다른 곳을 향했어요.
처음엔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산만한 아이구나", "내성적인 아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발달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눈 맞춤은 단순히 시선을 마주치는 게 아니었어요.


"나는 지금 네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아. 그리고 너와 연결되고 싶어."


그 작은 신호였다는 걸요.
봄이에게는 그 신호가 없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한참이 지났어요.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도 봄이의 눈 맞춤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어요.
치료 선생님들이 봄이와 눈을 맞추려고 노력하시는 걸 볼 때마다 저도 집에서 열심히 해봤습니다.
봄이 이름을 부르고, 얼굴 앞에 손을 흔들고, 좋아하는 물건으로 시선을 유도해보고.
봄이는 그때마다 시선을 피했어요.
억지로 눈을 맞추려 하면 더 불편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6개월이 지나도, 1년 가까이 되어도 달라지는 것 같지 않았어요.


"이 아이가 평생 내 눈을 안 보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어요.
솔직히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날이 왔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저녁이었어요.
집에서 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먹이고 있었는데, 봄이가 과자를 더 달라는 듯이 손을 뻗었습니다.
그 순간 저와 눈이 마주쳤어요.
딱 2~3초였어요.
그런데 그 짧은 순간, 봄이가 분명히 저를 봤습니다.
그냥 시선이 지나간 게 아니라, 저를 향해, 저를 보며 눈을 맞춰줬어요.


"엄마, 나 더 줘."


말은 못 했지만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얼어붙었습니다.
과자를 건네는 것도 잊고, 그냥 봄이 눈을 바라봤어요.
봄이는 이미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었지만, 저는 한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습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어요.



기쁜데 왜 더 슬펐을까요..

그날 봄이를 재우고 나서, 혼자 오랫동안 울었습니다.
기쁜데 눈물이 났어요.
이상하죠?
나중에 생각해보니 알 것 같았어요.
눈 맞춤 한 번이 이렇게 기쁜 일이 되어버린 현실이, 그게 슬펐던 거예요.
다른 아이들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있던 것이, 봄이에게는 거의 1년의 치료와 노력 끝에 겨우 닿은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그 눈 맞춤이 "엄마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과자가 더 필요해서"였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어요.
뭔가를 원할 때만 눈을 맞춰주는 봄이를 보면서, 기쁨과 동시에 또 다른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그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지금은 알아요.
그만큼 간절했고, 그만큼 오래 기다렸으니까요.

 


그 이후로

그날 이후로 봄이의 눈 맞춤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처음엔 뭔가가 필요할 때만, 그다음엔 이름을 부를 때 가끔,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 그냥 지나치다가도 잠깐씩 눈을 마주치는 순간들이 생겼어요.
여전히 또래보다 짧고, 여전히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날이 많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들을 마음속에 하나씩 모아뒀어요.
치료비 걱정이 되는 날, 주변의 말에 지치는 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날.
그런 날에 꺼내볼 수 있는 순간들로요.



자폐 아이를 키우면서, 기쁨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걸 느꼈습니다.
다른 부모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 기적이 찾아왔을 때, 실컷 기뻐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 기쁨 속에 슬픔이 섞여 있어도, 그 감정은 이상한 게 아니에요.
그만큼 오래 기다렸고, 그만큼 간절했다는 뜻이니까요.
혹시 지금 아이의 눈 맞춤을 기다리고 계신 부모님이 계신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순간은 반드시 옵니다.
우리 봄이처럼, 뭔가가 필요해서 건네는 눈빛이라도 좋아요.
그게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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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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