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세가 지나도록 봄이는 말이 없었어요.
정확히는, 의미 있는 단어가 없었어요.
소리는 냈어요. 옹알이 비슷한 소리, 음절 같은 것들.
그런데 그게 무언가를 가리키거나 누군가를 부르는 말은 아니었어요.
치료실에서도, 집에서도, 엄마표 언어자극을 이어가면서도..봄이의 입에서 의미 있는 말이 나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말이 없다는 것
자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언어예요.
"말이 없다"는 게 처음엔 단순히 늦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좀 더 기다리면, 치료를 받으면, 언젠가는 나오겠지 — 하면서요.
그런데 만 3세가 지나고, 4세가 넘어가도 봄이는 여전히 말이 없었어요.
또래 아이들이 "엄마", "아빠", "이거 줘"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걸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비교가 됐어요.
💡 라이의 팁
말이 늦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건 기다리는 것이에요. 기다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극을 주는 것, 이게 엄마표 언어자극의 핵심이에요. 조급함이 드는 건 당연해요. 그 마음을 억누르지 말고, 인정하면서 가는 게 오래 버티는 방법이에요.
병행발화, 봄이의 모든 행동을 말로 따라갔어요
언어치료 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 중 하나가 병행발화(평행적 발화) 였어요.
아이가 하는 행동을 옆에서 실시간으로 말로 표현해주는 기법이에요.
봄이가 팔을 들면 "팔을 들었네", 내리면 "내렸네". 의자를 만지면 "의자"라고 가리키고, 봄이 손을 가져다가 의자를 함께 쓸어주며 "만졌네"라고 말해줬어요.
봄이가 하는 모든 행동에 말을 붙였어요.
밥을 먹으면 "먹네", 창문을 보면 "창문", 신발을 집으면 "신발 집었네" — 하루 종일, 쉬지 않고요.
처음엔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어요. 봄이는 아무 반응이 없었거든요.
내가 혼자 떠드는 것 같고, 허공에 말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멈추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반응이 없어도 듣고 있어요. 뇌에 쌓이고 있어요"라고 하셨거든요.
그 말을 믿으면서 계속했어요.
쉽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봄이 옆에 붙어서 말을 이어가다 보면 진이 빠지는 날도 많았어요.
💡 라이의 팁
병행발화는 효과는 있지만 체력과 멘탈이 많이 소모돼요. 하루 종일 완벽하게 못 해도 괜찮아요. 오늘 30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한 번에 몰아서 지쳐버리는 것보다 나아요. 번아웃이 오면 잠깐 쉬고 다시 시작하세요.
소리가 먼저였어요
봄이는 단어보다 소리가 먼저였어요.
의미 있는 단어가 나오기 전에, 먼저 음절 같은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마마마", "바바바" 같은 반복적인 소리였는데, 처음엔 그냥 소리인지 뭔가를 의미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됐어요.
언어치료 선생님은 "그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중요한 신호예요"라고 하셨어요.
완전한 단어가 아니어도, 입을 움직여서 소리를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언어 발달의 중요한 단계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 라이의 팁
단어보다 소리가 먼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마마마"나 "바바바" 같은 반복 음절도 언어 발달의 중요한 신호예요. 의미 있는 단어가 아직 안 나온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면, 그게 시작이에요.
첫 소리가 트이던 날
만 4세가 지나서였어요.
정확히 어느 날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요.
극적인 순간이 아니었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봄이가 뭔가를 가리키면서 소리를 냈어요.
완전한 단어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그걸 가리키면서 낸 소리였어요.
처음엔 "지금 내가 착각하는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계속 반복됐어요. 같은 상황에서, 같은 소리를.
그게 봄이의 첫 "의미 있는 소리"였어요.
완벽한 발음의 단어는 아니었지만, 분명 무언가를 의도하고 낸 소리였어요.
💡 라이의 팁
첫 단어가 영화처럼 극적으로 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어요. 어느 날 갑자기 "아, 이게 의미 있는 소리구나" 싶은 순간이 조용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 작은 신호를 놓치지 마세요.
기쁨과 걱정이 함께 온 이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 순간 기쁨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기쁘면서도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더 늦었으면 어쩌려고 했지."
"지금까지 제대로 한 게 맞는 건가."
"이게 언어로 이어질 수 있는 건가."
기쁨과 걱정이 동시에 몰려왔어요.
병행발화를 하루 종일 이어가면서, 반응 없는 봄이 옆에서 혼자 떠드는 것 같은 날이 많았어요.
그 시간들이 쌓여서 봄이의 첫 소리가 나왔다는 걸 알면서도, "이제 겨우 시작인데 얼마나 더 걸릴까"라는 걱정이 함께 왔어요.
아마 비슷한 마음을 갖고 계신 부모님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기쁜 순간에도 걱정이 드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그게 우리 아이를 키우는 현실이에요.
💡 라이의 팁
기쁜 순간에 걱정이 함께 드는 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왜 이 기쁜 순간에 걱정이 드는 거지?"라고 자책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 아이의 발달을 함께 걸어가는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에요.
언어 발달, 순서가 있어요
봄이를 통해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언어 발달에는 순서가 있다는 거예요.
단어가 나오기 전에 소리가 먼저 나오고, 소리가 쌓이면 음절이 되고, 음절이 쌓이면 단어가 돼요.
지금 당장 단어가 안 나온다고 해서 언어 발달이 멈춰있는 게 아니에요. 그 전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중일 수 있어요.
| 단계 | 내용 |
| 1단계 | 소리 내기 (옹알이, 반복 음절) |
| 2단계 | 의미 있는 소리 (뭔가를 가리키며 낸 소리) |
| 3단계 | 단어 (완전하지 않아도 의도된 소리) |
| 4단계 | 단어 확장 (여러 단어, 조합) |
봄이는 만 4세가 지나서야 2단계로 넘어갔어요. 늦었지만, 순서는 있었어요.
💡 라이의 팁
언어치료 선생님께 "지금 봄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꼭 여쭤보세요.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집에서 뭘 해줄 수 있는지도 보여요.
봄이에게 배운 것
봄이의 첫 소리가 트이던 날, 저는 "기다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를 처음 제대로 알았어요.
기다린다는 게 그냥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었어요.
병행발화를 하루 종일 이어가면서, 반응 없는 봄이 옆에서 자극을 주면서, 불안해하면서,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곁에 있는 것- 그게 기다리는 거였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어요.
제가 봄이와 소통하려고 애썼던 모든 것들을 아이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 뿐, 사실은 다 듣고 있었다는 것을요.
의미없는 메아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엄마의 마음이 차곡차곡 아이에게 쌓이고 있었다는 것을요.
봄이는 여전히 말이 많지 않아요. 또래보다 느리고, 발음이 정확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 첫 소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선물이에요.
봄이는 느리지만 점점 나아지고 달라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제는 저도 아이가 반응이 없다고 해서 모르는 게 아니라 천천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라이의 팁
기다리는 동안 지치는 게 당연해요. 기다림이 의심스러울 때, "지금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_ 그냥 오늘 하루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자주 묻는 질문 Q&A
Q. 만 4세가 넘어도 말이 안 나오면 너무 늦은 건가요?
A. 늦은 건 맞지만, 끝난 건 아니에요. 언어 발달은 개인차가 크고, 자폐 아이들은 특히 더 그래요. 치료를 병행하면서 꾸준히 자극을 주는 게 중요해요. 담당 언어치료사와 정기적으로 방향을 확인하세요.
Q. 병행발화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A. 아이가 하는 행동을 옆에서 실시간으로 말로 표현해주는 방법이에요. 아이가 팔을 들면 "팔 들었네", 의자를 만지면 "의자, 만졌네"처럼 행동 하나하나에 말을 붙여줘요. 아이에게 어떤 반응도 요구하지 않고, 말하기의 모델만 제공하는 기법이라 상호작용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도 효과적이에요.
Q. 병행발화를 해도 반응이 없으면 효과가 없는 건가요?
A. 아니에요. 반응이 없어도 듣고 있어요. 언어치료 전문가들은 "반응이 없어도 뇌에 쌓이고 있다"고 말해요. 봄이도 오랫동안 반응이 없었지만, 그 시간들이 쌓여서 첫 소리가 나왔어요. 포기하지 마세요.
Q. 단어보다 소리가 먼저 나오는 게 정상인가요?
A. 네, 언어 발달의 자연스러운 순서예요. 소리 → 음절 → 단어 순으로 발달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의미 없어 보이는 소리도 언어 발달의 중요한 신호예요.
Q. 집에서 언어자극을 줄 때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A. 억지로 말하게 만들려는 시도보다,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주는 게 중요해요. 병행발화처럼 아이가 관심 있는 것을 중심으로, 짧고 간단한 말로 자주 들려주세요.
함께 읽으면 도움 되는 라이의 글🔗
엄마표 치료 1편 — 집에서 할 수 있는 언어자극 활동
엄마표 치료 1편, 집에서 할 수 있는 언어자극 활동 가이드
집에서 매일 할 수 있는 언어자극 활동,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엄마표 치료 시리즈 1편입니다. 오늘은 첫 번째 영역인 언어자극 활동을 정리해드릴게요. 봄이에게 가장 먼저 시작했고, 가장 꾸
malcha88.com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7_처음으로 눈을 맞춰주던 날
봄이가 처음으로 제 눈을 바라봐 준 날이 있습니다.오늘은 봄이가 처음으로 제 눈을 맞춰주던 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쁜 이야기인데, 왜인지 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눈 맞춤이 없었던
malcha88.com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8_엄마표 치료를 시작하다
센터 수업 시간은 1~2시간, 나머지 시간은 엄마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지난 7편에서 봄이가 처음으로 눈을 맞춰주던 날 이야기를 나눴는데요,오늘은 그 즈음에 제가
malcha88.com
※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르므로, 정확한 언어 발달 평가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봄이 이야기(발달치료, 엄마표활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10,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 처음 남에게 말하던 날 (0) | 2026.06.10 |
|---|---|
|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9, 봄이의 문제행동, 우리가 대처한 방법 (0) | 2026.05.26 |
|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8_엄마표 치료를 시작하다 (0) | 2026.05.19 |
|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5_장애등록을 결심하기까지 (0) | 2026.04.29 |
| 봄이 발달지연 이야기4_자폐 진단을 받던 날 (0) | 2026.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