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통합어린이집으로 가기전 일반어린이집에서 처음으로 퇴소 권유를 받고나서, 봄이아빠와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1년동안 치료에 집중하자. 일단 아이를 최대한 치료해서 내년에는 기관에 꼭 보내자.."라고요.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는 시간을 센터스케줄로 빼곡하게 채웠습니다.
언어치료, ABA치료, 감각통합, 인지치료... 매일 3~4시간씩 센터와 복지관을 돌았습니다.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게 맞는 줄 알았습니다.
어린이집 없이 치료에만 집중한 1년
일반 어린이집에서 3월초에 퇴소를 권유받았습니다.
부랴부랴 다른 어린이집, 유치원을 알아보았는데, 시기가 학기초다 보니 다른 곳들은 이미 입소가 모두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1년이 붕 떠버리게 되니 정말 막막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여러 곳에 입소 문의를 해봤지만,
자리가 있는 곳에서도 봄이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하면 다들 꺼려하셨습니다.
"어머니, 저희 원에서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을 맞닥드리니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1년동안 치료에 최대한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래보다 늦은 만큼 더 많이, 더 빨리 채워야한다고...
열심히 노력하면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봄이는 어린이집 대신 매일 센터를 다니기 시작했고,
좋다는 치료는 전부 다 했습니다.
어린이집 4시 하원,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어요.
1년이 지나고 봄이는 운좋게 집근처에 새로 신설되는 장애어린이집 통합반에 자리를 배정받아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처음에는 어린이집에서 빨리 하원해서 센터수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린이집에서 봄이가 다른 친구들과 일과를 같이 하지 않으니 단체활동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4시 하원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권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4시에 하원을 한 뒤, 센터시간을 하원시간 이후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봄이는 센터 치료다 다 끝나면 저녁 6~7시가 되야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이미 어린이집에서 하루종일 있었던 봄이는 또 센터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어야했습니다.
저녁 늦게 집에 오는 봄이는 고작 5살..
봄이는 지쳐 있었습니다.
저녁도 제때 못 먹었습니다.
배가 고프고, 피곤하고, 그 상태로 수업을 받으니 집중이 될 리가 없었습니다.
센터 선생님도 봄이의 상태를 느끼셨는지, 수업 후반부에는 봄이가 버티기만 하고 집중을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맞는 건지, 계속 이렇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매일 짜증내는 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지쳐갔습니다. 봄이아빠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치료 스케줄을 달린 결과가 어땠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봄이는 우리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만큼 크게 자라지 않았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은 시간대로 들이는데 달라지는 건 없으니
봄이아빠와 저는 힘들어서 그랬는지 그 시기에 자주 다투었습니다.
어느날 봄이가 저녁시간에 센터에서 나와서 서럽게 통곡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말도 못하는 아이가 지친 얼굴로 눈물만 뚝뚝 흘렸습니다.
어리석은 저희는 그때 봄이를 보고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는 고작 5살이었던 걸요..
치료를 줄이기로 한 결정
그래서 저희는 치료 스케줄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치료를 줄이면 발달이 더 뒤쳐질 것 같은 불안이 너무 컸었거든요,
다른 아이들은 더 많이 하는데 우리는 줄인다는게 왠지 아이를 위해 최선을 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그때 저희는 배웠던 것 같습니다.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요..
센터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봄이와 좀 더 엄마표, 아빠표로 치료와 놀이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상호작용 놀이 시간을 더 가졌습니다.
보드게임, 공놀이, 산책, 등산, 모래놀이... 거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반전은, 그렇게 하고 나니 봄이가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절대적인 치료시간은 줄었는데도요.
그리고 봄이는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자폐아이 특유의 무표정에서 점점 아이다운 표정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봄이가 소리내서 웃는 모습을 그때 처음 보았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수업을 받으니 집중력이 달랐습니다.
선생님도 봄이가 불안도도 줄고 상태가 훨씬 안정됐다고 하셨어요.
저희는 그 말을 듣고서야 인정했습니다.
치료를 많이 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었다는 것을요.
아이에게 적절한 치료는 아이의 상태에 맞춰서 해야한다는 것을요.
치료는 마라톤입니다.
이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그 의미를 진정으로 배웠던 것 같습니다.
봄이를 키우면서 가장 삽질을 하면서 배운 게 이거에요.
치료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전력질주하면 아이도, 부모도 얼마 못갑니다.
아이의 수용 상태와 컨디션에 맞춰서 단계적으로 꾸준히 가야해요.
치료를 많이 시키고 싶은 마음은 부모로서 당연한 겁니다. 저희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봄이한테 필요했던 건 치료 시간보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있다면,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어요.
치료를 많이 하는 게 사랑이 아닐 수도 있어요.
저도 오래 걸려서 알았거든요.
아이가 웃을 수 있는 여유, 부모와 같이 밥 먹는 시간, 저녁에 일찍 집에 와서 뒹굴뒹굴하는 것..
그게 치료 한 시간보다 봄이한테는 더 필요했어요.
치료는 계속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속도에 맞게,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길게 가야 해요.
우리가 마라톤을 뛰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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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이마다 적합한 치료 시간과 방식이 다르므로, 정확한 치료 방향은 전문가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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